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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4년째 하고있지만

분당서울대병원 · 술*******
작성일2020.11.03. 조회수7,409 댓글112

죽음을 앞 둔 환자와 보호자들이나, 질병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떤 말이 가장 위로가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런걸 학교나 누군가에게 배운적이 없어서.

잘 될거라는 말은 오히려 상처가 될까봐,
그저 손 한번 잡아주고 울고 계실때 눈물 닦아드리고
안아드리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게 없거든.

잠깐 라운딩 돌다가 짬 날때
간병하시는 보호자분께 밥은 잘 챙겨드시냐,
환자분에게 오늘은 기분이 어떠시냐 밥은 잘 드셨냐 물어보다보면, 자연스럽게 힘든걸 이야기해주시더라고.. 그때 이야기를 경청하는게 최고의 배려이자 위로라고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내가 힘이 되어주진 못해도..
위로가 되어주고 있는게 맞겠지?😅

일하는게 너무 어렵다. 내년이면 5년차인데도..
간호사라는 직업이 내게 맞는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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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댓글 112

공무원 · F********

나도 CPR 출동나갔는데 이미 늦은 경우 이 사람은 이미 소생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
특히 어린애거나 젊은 사람일 때? 경력이 좀 길어지고 해도 딱히 쉬워지거나 하진 않더라 ㅋㅋㅋ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함.
어차피 스스로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사람보단 한 번 보고 말 사람이고 익숙한 내가 악역 자처하고 사람들 원망 듣는 게 저 가족에겐 제일 좋은 결과리라,
적어도 최선을 다 했고 시간을 다시 뒤로 돌린다고 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출동이라면 너무 죄책감 갖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정답이란 게 있으면 같이 알고싶은 처지지만 많으면 하루에도 몇 명씩 보내드리는 나는 어쩌면 이미 내게 편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살아야지.

글쓴이도 아무도 모르는 부분에서만큼은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안그러면 스스로가 너무 살기 힘들지 않을까

분당서울대병원 · 술******* 작성자

운명.. 그래 그 사람 운명이겠지 싶다가도
늘 아쉬움이 남는건 어쩔 수가 없더라ㅎㅎ
맞아 그래서 누굴 떠나보낼때 좀 힘들어 아직도
원래는 내과에 있던 터라 정붙인 환자들 떠나보낼때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제는 무뎌진건지 눈물은 안나지만 마음에 깊숙히 남긴 하더라.
그때 한번 더 볼걸 한번 더 가서 손 잡아드릴걸 ㅜㅜ 아쉬운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 그치만 그렇게 아쉬워하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를 필요로 하니까 털어버리고 가서 열심히 해야지ㅜㅜ! 요즘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 ㅎㅎ

공무원 · F********

사람 마음이라는 게 적당히하는게 없다고 느끼는게 난 출동나가서 결과가 좋지 못하면 내가 출동나가서 활동했던 내용을 곱씹으면서 같은 출동영상을 수차례 돌려보거든?
특히 그 사람을 구하지 못했을 땐 내가 활동했던 영상을 보면서 그 사람이 죽어가던 순간을 계속 돌려봐.
어떻게 했으면 이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으로

대부분은 이미 도착한 시점 자체가 늦어서 딱히 스스로를 책망할 거리도 없지만 가끔씩 현장 도착 당시는 살아있었는데 차가 너무 많이 찌그러져서, 신체 일부가 철판 사이에 끼어서 구조가 지체되어서 병원 이송이 늦어지고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
영상을 수십 수백번 돌려봐도 처음엔 살아있었는데 내 머릿 속에서 아무리 굴려봐도 살아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또 다른 출동을 위해 계속 머리 속에 곱씹다보니 사람이 죽고 살고에 대해서 뭔가 감정이 들기보단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더라

감정이 있고 괴로워하는 것도 어찌보면 성장통 아닐까?

난 이 일 하면서 느끼는게 어느 사람이건 정말 괴롭고 힘들 땐 추악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거든?
적어도 속마음이라도 나 자신만을 위해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스스로를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

환자 하나하나 감정이입하는 게 물론 정말 멋진 일이지만 너무 깊이 이입하면 스스로를 좀먹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난 너가 누군지 모르지만 중간에 관두지 말고 오랫동안 몸도 마음도 건강히 일했으면 좋겠다

새회사 · 런**

간호사선생님도 물론이지만, 공무원 선생님도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시는 것 같아서 댓글을 읽는데 공감도 가고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두 분 다 힘내세요

작성일2020.11.16.

새회사 · 갈*****

언니 간호사가 되어줘서 고마워

분당서울대병원 · 술******* 작성자

너무 부끄럽지만 다들 응원해줘서 나야말로 고마워

새회사 · 오****

그냥 친절히 잘해주면 그걸로 충분...

공무원 · o*****

이런 사람이 백의천사지 날개 어디뒀음 훔치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 f*****

이런 생각을 가진 거 자체가 멋진 간호사 같아

공무원 · s*********

나는 상담하는 일 하고 있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거 쉽지 않은데...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정말 충분히 힘이 될거야. !! 정말 힘든 사람들에게는 옆에서 안정된 자세로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때가 많은 것 같아. 그치만 그래도 너무 힘들때는 거리감을 두고 잠시 힘을 충전하는 시간도 중간중간 가진다면, 좋을 것 같아. !!

공무원 · (******

우리 아버지 국립암센터에서 돌아가셨는데 거기서 일하는 의료진은 멘탈 갑인거 같더라. 암이 원래 그런 병이긴 한데...매일 병동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걸 봐야 하는 직업이란..ㅠㅠ..그래도 그런 무명의 헌신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거지.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냥 옆에서 최선을 다해주는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서울아산병원 · P*****

잠도 편히 못주무시고 많이 힘드시죠..ㅠㅠ 하고 공감만 해줘도 위로가 돼요. 저희 엄마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본인 일하기에 바쁜 선생님들이 대부분 이었어요. 딱 한 분 저렇게 공감해주신 분이 있었는데 크게 티는 안냈지만 속으론 많이 위로받았답니다. 직접 해보기 전까진 몰랐지만 생사의 갈림길 앞에 있는 가족을 매일 간병하는 일은 퇴근이나 기한도 없고 한치앞도 알 수 없어 생각보다도 더 힘들었어요. 누군가 조금이라도 그 힘듦을 알아준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LG디스플레이 협력사 · l*****

밤낮으로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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