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얘들아 난 고시 준비하다 누구나가 선망하는 그룹사 계열사 신입5500 받다가 제목처럼 2500받는 회사 다니고 있어

좋은 대학나왔고 스펙이 우주만물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꾸준히 하며 자라왔고 그래서인지 취준때도 닥치고 고연봉, 네임벨류만 따지고 왔어

전직장 최합까지 잡플 보며 ‘안정적이지만 삶을 포기해야할것’, ‘돈복지 다 좋지만 야근야근야근’ 이런 평을 봤지만 뭐 어때 싶었어

근데 다니다 보니 아니더라

엄청난 업무강도에 업계/직무 위치상 다 예예 하고 따라야하고 신입부터 팀장까지 하는 일이 사실상 다르지 않은 수준의 일이었어

야근하다 새벽2-3시도 많았고 공휴일, 성탄, 31일 모두 이 직장 다니면 저녁은 없었어

거기다 사수나 내가 속한 라인이 진짜 아니었어 오죽하면 내 후임도 내가 퇴사 후 반년이 지나도 새로 뭘 안가르쳐준다고 불평할 정도였고

물론 참으며 무덤덤히 다닐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는 아니더라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다니다보니 몸이 나중에 반응하더라 몸무게 10키로 빠지고 피부 뒤집어지고

그러다 문득 퇴근하고 밤에 고층 빌딩 사이 걸으며 이게 사는건가 행복한겅가 싶더라

물론 부모님 가족 여친 포함 주위 사람들은 좋았겠지
나라 망하지 않는이상 안정적인 회사, 고연봉, 복지, 근무지..

근데 내가 행복하지 않는 이상 유의미한건가 싶더라

그렇게 고민하다 어느 밤 여친이랑 통화하다 울음이 나더라 그러니 여친이 먼저 오빠 퇴사하라고 하더라고

고민 끝에 결국 퇴사했지 인사팀장도 너 지금 여기
나가면 너나이에 어쩌려고 등등 부모님도 걱정에 이민자만 아니었지만

남들 말 들을 여유가 없었어

그렇게 연봉 절반 이상 낮춰서 동네 근처 회사 다니고 있어

집 도착해서 어머니가 해준 집밥 먹고 그러면 6시반 7시
일도 크게 스트레스 없고 무난무난한 업무 수준

월 세후200도 안되서 부끄럽고 여친에게 미안하지만
ㄴ뭔가 여기서 날 다시 찾고 뭔가 준비할 여유가 생겨서 좋은거 같기도 해

돈 마니 번다고 소비습관도 카드값 막200 나오고 그랬는데 술도 마니 마시고 패턴도 꼬이고 그랬는데

요새는 돠게 뭔가 안정적으로 사이클이 돌아가고 있어

나약한 놈일수도 있겠고 능력 좋았다면 연봉 별로 안깎이며 무난한 적당한데 갈수도 있었겠지 근데 너무 나오는게 절실했다

걍 주저리 써봤어

요즘엔 다시 시험을 준비할까 싶기도 하고 나이는 어디든 보니 화사는 못들어갈거같고 이 나이에 또 앞길을 걱정하는게 좀 쪽팔리긴 하다

무엇보다 여친에게 미안할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