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픽 육아

아빠 육아휴직 한달째

서울교통공사 · p*****
작성일2021.04.03. 조회수25K 댓글171

1. 와이프는 복직을 원했다.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고, 함께 내린 결론은 내가 휴직을 하는 것이었다. 본가나 처가 모두 거리가 멀었고, 이제 갓 돌이 지난아이를 돌볼 방법이 없었다. 막연히 언젠가는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마음은 있었지만, 그게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다.

2. 첫 2주간은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돌이 지나자 마자 고열로 열경련 겪었던 아이는 몸이 많이 쇠약해 있었다. 퇴근후와 주말에 전담해서 아이를 봤던 경험으로 별거 없을줄 알았는데 그건 정말 아니었다.

3. 이유식 만드는 것 부터, 몸이 약해진 아이를 위해 먹일 약 준비와 청소를 해도 어디서 뭐가 그리 나오는지, 아이는 뭔가 또 집어먹고 있었고, 수시로 청소를 해야했다.

4. 밥먹을 시간이 없다. 잠깐이라도 시간이 날라치면 어느새 근처에 와 안아달라 보챈다. 같이 놀아주다 보면 아이의 낮잠시간이 된다. 그러나 부모가 옆에 없으면 금새 깨버리니 어쩔수 없이 옆에 붙어있게 되었다.

5. 그러다보면 제대로된 밥을 먹기는 커녕, 휴대폰할 시간조차 없었다. 틈틈히 하려던 주식은 매도 타이밍을 놓쳐 눈물의 손절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6. 늦은 저녁 와이프의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하루의 첫끼를 겨우 먹었다. 그렇게, 2주만에 5키로가 빠졌다. 항상 배가 고프니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이성적으로 와이프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는데 그냥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휴직중이던 와이프의 저기압을 그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7. 3주차에 아이가 콧물과 함께 열이나기 시작했고, 못먹어 몸이 약해진 나도 아프기 시작했다. 아이한테까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플때, 함께 아프고 처지면 안된 다는 것을 깨달았다.

8. 열심히 약을 챙겨먹었다. 그리고 집에 바나나와 고구마 같이 빠르게 먹을수 있는것들을 잔뜩 사놨다. 굶지 말아야 한다. 당이 떨어지면 집안의 화목이 깨질 수도 있다. 내 짜증은 가족들이 원인이 아니라. 내가 못먹어서 생기는 거다.

9. 4주차가 접어들고, 슬슬 아이의 시간 패턴이 익숙해 지고, 여러 집안일에 적응이 되니, 화가 좀 가라앉았다. 이걸 1년간 해온 와이프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막연히 힘드니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다가, 온전히 다 부딪히고 나니 와이프가 다르게 보인다.

10. 돈 문제로 휴직을 6개월로 계획했었고, 아이는 적응을 위해 두달 후 부터 어린이 집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둘이서 어떻게든 하면 될꺼라는 믿음으로 지내봐야 할것 같다.

댓글 171

롯데쇼핑e커머스사업본부 · 남****

와 형 진짜 멋지네요. 이런 분이 나이 관계없이 인생 선생님임 ㅋㅋ

HMM · J*****

저도 최근 육휴하고 복직 한지 얼마 안됐는데
육아는 참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육휴 기간동안 정말 보람되고 알차게 잘 보냈네요 ㅎㅎㅎ
아이가 커카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울교통공사 · 시**

힘내세요. 저도 돌전에 어린이집 보냈습니다. 맞벌이를 하고 근처 도와주실분이 안계시니ㅜ
하다보니 시간이 가는데 힘드네요 아직도

넷마블 · 이***

우리 엄마가 날 이렇게 키우셨구나...뭉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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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 ㅅ****

육아 휴직 한다고 회사에 말하면 짤릴까요?

새회사 · l******

그럴 일 없습니다. 법에 보장되어 있기도 하구요

작성일2022.01.14.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 ㅅ****

답변 감사합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 ㅅ****

혹시 육아 휴직 사용하면 건강보험은 계속 유지 되니요??

새회사 · j*********

두분다 멋지십니다 :) 글지우지마요 미래남편 보여주게

새회사 · 균**

저는 지금 22일된 아이 아빠입니다.
목욕시키는 것 부터 하루하루 전쟁이네요
너무 사랑스럽던 아내가 몇일 지나지 않아 수척해지고 힘들어 하는 모습에 육아휴직을 3달정도(아이 100일까지는 너무 힘들다고 하여) 계획중인데 회사에서는 쓰라고 하지만 뒤로 못마땅해 하고 진급 시즌이라 불이익 등 생각해서 고민이 많네요 아내랑 아이를 당장 보면 무조건 써야될거 같으면서 나중을 생각하면 고민이 되네요... 양가 집안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라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실까요...?

새회사 · 올***

발등의 불이니 급한 불부터 끄셔야 합니다

새회사 · 균**

아 이게 맞는거겠지요!!??
급한거 부터 차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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